
2000년 12월이 되자 남은 건 졸업식이었다.
peppermint onanism은 이미 공연을 중단한지 꽤 되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0년 12월 peppermint onanism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 demo "bath tub"이 나온 후,
원철이와 난 이대 후문 빵에서 마지막 공연을 했었다.
nviron과는 마땅히 작별을 고하는 것이 맞았다.
어차피 nviron과 그다지 친분이 두텁거나 친하지도 않았고,
99년 빵에서 알게된 lunch와 친분이 생겨
그들이 장난스럽게 만든 octab이란 레이블로 옮긴상태였다.
수환형과 친해진 건 아이러니 하게도 octab으로 옮긴 뒤 친해졌다.
여튼, nviron이 애당초 약속했던 장비 지원은 물 건너간 상태가 되었고
peppermint onanism의 bath tub도 octab의 장비들로 녹음되었던 것이다.
2000년 12월, 마땅히 취직된 곳도 없었고,
폭설 때문에 며칠 째 집에서 나오지도 못한 상태였었다.
집에 있는 건 어머니가 길에서 주워온 낡은 세고비아 포크기타와
BeOS가 깔려있던 셀레론 333 조립 PC 밖에 없었다.
기타줄조차 녹슬었지만, 기타 줄 살 돈도 없었다.
요금체납으로 인터넷도 끊겨 있었고,
먹을 것이라고는 물과 커피만 냉장고에 있었다.
그나마 가스는 끊기지 않아 난방과 온수의 혜택은 누리고 있었지만.
그리고 할 것이 없어서 만든게 바로 milk way였다.
훈테크 Soundtrack Ruby 사운드 카드를 octab에서 빌려온 상태라,
깔려있던 BeOS를 지우고, Windows 98을 다시 설치했다.
그리고 노래방 마이크 하나와, 기타 하나, Cakewalk와 Sound Edit.
딱히 만들어놓은 곡은 없었는데, 집에서 소일거리 삼아 몇 번 뚝닥거려서
그럴싸한 팝은 두 서너곡이 있었다.
분명히 말하면 힘들었었다.
어쩌면 대학교 졸업 이후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었다.
그저 하고 싶은 밴드만 열심히 하면 모든게 잘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지만.
부모님께조차 음악을 하고 있노라고 떳떳하게 밝히지도 못하고 있었다.
당시 octab의 성일형이 the clientele의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그들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1분짜리 샘플 음원 4곡을 미친듯이 듣고 있었다.
그것이 위안이었고, 밴드가 없어진 마당에서 음악이 바뀌는 전환점이었다.
12월 방학이 시작되자 집에 틀어박혀 어쿠스틱 기타만 쳤다.
peppermint onanism에서 썼던 변칙튜닝은 다 잊었다.
눈이 오고, 고립되자 당시에 혼자 살던 나는 낮밤이 바껴 있었고,
인터넷도 안되고, 새벽에 할 일이 없어져 슬슬 녹음 세팅에 들어갔다.
다 그런것 처럼 일단 세팅이 끝나고 녹음이 들어가면 일은 술술 풀린다.
단지, 그 세팅과 첫 녹음이 드럽게 힘든 것이다.
내 기억에 random run을 먼저 녹음했었다.
그리고 monster, environment, 마지막으로 sutcliff를 녹음했다.
나중에 4곡을 octab 작업실로 가서 형들과 함께 들었을 때,
형들의 반응은 좋았다. 그리고 octab에서 판매를 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었다.
특히 monster의 반응이 꽤 좋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4곡이라는 곡 수가 마음에 걸렸다. 싱글 수준.
그래서 한 곡을 더 녹음해서 5곡으로 ep를 내어보자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 녹음을 다시 세팅하는 것이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random run을 거꾸로 돌려 적당히 cue-cutting을 해서
그 다음주 최종 5곡이 정해졌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판 30장을 찍었다.
제작에 대한 노하우도 없었고, 애초에 demo 버전으로 기획되었던 것이어서
큰 욕심은 내지 않았었다.
디자인의 젖소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peppermint onanism의 라이브 음원을 위한 데모 표지였었다.
이미 밴드도 끝났고, 목장의 젖소가 dringe augh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디지털 카메라가 엄청난 값비싼 물건이 었던 시절이었고,
CD 레코더 조차도 결코 저렴한 물건이 아니었었다.
octab에서 처음으로 구경했던 epson 스캐너를 세워서 뒷 모습을 담았다.
양면 인쇄를 원하니 성일형이 front와 back의 위치를 적절히 잡아주었다.
포토용지로 인쇄를 하고, CD를 굽고, 집에서 칼질을 하고.
그렇게 30장의 초반이 나왔다.
30장의 초반은 15일만에 다 팔렸고, 심지어 내 것조차 남기지 않고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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