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모두 껍질 속에 있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었다.
거짓말 놀이는 내가 먼저 그만두었다.
나는 껍질에서 나와 진실로 대했었다.
가끔 꿈에서 깨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 주기는 일정치 않아 한 번 증상이 시작되면,
완화될 때 까지 자주 꿈에서 깨지 못했었다.
그 즈음 그가 내게 전화를 해서 함께 자자고 했다.
나는 내가 이런 증상이 있어서
함께 잠을 자면 당신이 불편할 것이라 얘기했다.
그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지금 그도 나와 같은 증상이라고 말했다.
함께 만나 침대에 누웠고,
나는 또 다시 꿈에서 깨지 못할까봐 잠을 쫓았다.
그런데 그는 어느덧 잠에 빠져서,
나라는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많이 졸렸나봐요."
"미안해요, 사실은 혼자자기 무서워서 불렀어요. 많이 졸려요."
"나는 잠들기가 두려워요."
"예, 그래서 당신을 불렀어요. 그러니까 자지말고 나를 지켜주세요."
그리고 새벽이 밝았다.
"그럼 다음에 또 봐요."
그런데 그는 오늘 밤도 무서울 것 같다고
"예, 그럼 내일 또 봐요."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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