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9일 목요일
electric muse
between the tygh
타이핑을 위해 자판에 손을 올려놓는다. 습관처럼 양손의 검지가 처음 닿은 곳은 ‘F’와 ‘J’. 어릴 적 타자 교본을 따라 두벌 타자기를 배울 때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경계 그래서 양 손 위치의 경계를 나누는 알파벳 네 자를 외웠다. ‘T’, ‘Y’, ‘G’, ‘H’. 1집 타이틀 [between the tygh]는 드린지 오의 곡에 접근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곡을 만들 때는 먼저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노랫말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연주곡으로 만들 것인가. 노랫말을 넣을 땐 가사를 쓰는데 주로 시간을 보내고, 연주곡을 만들 땐 제목을 짓는데 주로 시간을 보냅니다. 버릇이라면 연주곡으로 쓸 제목은 없는 단어를 만들기도 하고, 기존에 있는 단어의 철자를 슬쩍 변형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텍스트편집기로 노래 제목을 쭉 입력하면, 연주곡은 스펠링 오류 체크가 되거든요. 지금껏 만든 많은 곡들 중에 제가 연주곡과 아닌 곡을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타이틀인 tygh가 그렇습니다.”
정규앨범 녹음을 준비하며 감상하기 편한 곡을 수록했던 지난 [Individually Wrapped] EP 때와 달리 어쿠스틱 기타 연주 위주의 곡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어쿠스틱 기타의 연주를 중심으로 선곡을 했다. 변칙 투닝한 어쿠스틱 기타의 핑커 피킹의 거친 표현은 드린지 오 음악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2009년 EP [individually wrapped]와는 달리 들려주고 싶은 곡들 보다는, 제가 연주하고 싶은 곡들로 채웠습니다. 전반부는 듣기 편한 곡, 후반부는 연주하기 신나는 곡들로 편성할 수도 있었지만 모음과 자음의 경계인 ‘tygh’이란 타이틀처럼 일부러 섞어서 편성했습니다. 지나친 감상도 배제하고, 지나친 분석도 배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모음과 자음 사이라는 의미로 [between the tygh]로 타이틀을 정했습니다.”
앨범 녹음을 위해 오랫동안 연주해 온 마틴 마호가니 드레드넛 기타와 4년 동안 묵혀두었던 마호가니 터즈 기타가 동원되었고, 지난 EP 때 호흡을 맞추었던 캐비닛 싱얼롱즈의 김목인이 일부 곡에서 피아노를 거들었다. 3년이 넘게 기다려 온 곡에서 앨범 녹음 가까이 만들어진 곡까지 10곡의 수록곡을 선택한 후 녹음에 들어가자 마법처럼 순식간에 녹음이 진행되었다. 곡의 bpm을 정하지 않았기에 메트로놈이 필요 없었고, 스튜디오에 들어가 한숨에 곡을 연주하는 순간을 그대로 담으려 했다. 과한 리버브도 특별한 이펙팅도 생각치 않았다. 지난 EP에서 노래를 불러주었던 오랜 친구 송은지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슬이 운치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음반을 위해 곡을 만드는 일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동안 만들어 놓은 곡을 음반을 위해 선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individually wrapped] EP의 “hearted”가 앨범 녹음 즈음에 만들어진 곡이었던 것처럼 이번 앨범 중에서는 “wile”이 그나마 최근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tygh”가 2010년 여름에 만들어진 곡이었습니다. 3년 넘게 음반 수록을 기다리던 곡들이 어렵게 수록되었습니다. 감상도, 분석도 아닌 그냥 편한 음악 모음집으로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변칙 튜닝한 어쿠스틱 기타의 핑거 피킹 그리고 나지막이 불러 보는 마음 속 멜로디. 드린지 오는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으로 노래하던 시절의 포크에서 출발하는 싱어송라이터이다. [클럽 빵 컴필레이션 1]에 페퍼민트 오나니즘의 멤버로 참여했던 드린지 오는 밴드가 해체된 2001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자가제작 EP [Milk Way]를 발표하고, 개인적으로 작업한 데모 [Caramel Home], [Chocolate Lounge], [Banana Bath], [Rye Downstair] 등을 온, 오프라인에서 공개했던 그는 2006년부터 홍대 부근 클럽 Salon 바다비에서 주로 공연을 하고, 2009년 일렉트릭 뮤즈를 통해 데뷔 EP [individually wrapped]를 발표했다. [between the tygh]는 드린지 오의 정규 1집이다.
weiv
6월의 포크
"딱히 특정 장르의 음악을 추구하지 않고, 곡을 만들면서 염두에 두는 뮤지션(혹은 스타일)도 없어요."라든가, "우리의 음악을 특정 장르로 규정짓지 말아 달라."라고 말하면 좀 더 '있어(?)' 보일 텐데, 노골적으로 자신의 출신성분을 드러내는 음악가들이 있다. 장르의 특성상(비교적 전통성을 중요시하고, 전자기기의 발전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포크(folk) 음악에 뿌리를 둔 몇몇 이들이 그렇다. 국내 인디씬을 돌이켜보자면, 카바레 사운드 출신의 위치 윌(Witch Will)의 [Trip On Havana]과 아톰북(Atombook)의 [Warm Hello From The Sun] 앨범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스스로 '브리티시 포크'의 적자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오리지널'에 가까운 사운드를 표현하고자 했다.
기실, 뮤지션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면 리뷰어도 곤란하다. 사회문화적 맥락에 한 문단, 그리고 표현의 방법론에 대해 한 문단 정도를 할애하며 썰을 풀어야 하는데, 할 말이 없어진다. 오로지 음악의 촘촘한 결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는데, 그 사운드의 밀도를 언어로 표현할 재간이 없다. 그렇다고 위와 같은 음악을 놓고 '한국적'이지 못하다거나 모방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더 어리석은 짓이다. 남들보다 옆자리 학생의 답안지를 좀 더 많이 훔쳐보았다고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대중음악의 태생적 요소를 무시한 꼴이다.
드린지 오(Dringe Augh)의 첫 번째 앨범 [Between The Tygh]는 '브리티시 포크'를 노골적으로 표방한다. 페어포트 컨벤션(Fairport Convention), 닉 드레이크(Nick Drake), 스파이로자이라(Spirogyra), 팀 버클리(Tim Buckley) 등 1960~70년대 영국 프로그레시브 포크 뮤지션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핑거피킹(finger-picking) 주법으로 만들어낸 반복적인 멜로디와 리듬, 때로는 신비롭고 때로는 쓸쓸한 분위기 그리고 심미적인 영어 가사까지, 영락없는 '브리티시 포크'의 재현이다.
[Between The Tygh]는 오래된 사운드의 귀환이다. 십센치(10㎝)나 옥상달빛 등의 인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내의 달콤한 어쿠스틱 사운드 경향과도 궤를 달리하며, 애니멀 콜렉티브(Animal Collective)나 판다 베어(Panda Bear) 등의 프릭 포크(Freak Folk) 뮤지션에게서 관찰되는 실험적인 포크사운드와도 다르다. 드린지 오는 그저, 1960~70년대 영국의 포크음악을 성실하게 재현한다. 장르적 전형성에서 느껴지는 클리셰를 돌파하는 힘은,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기타연주에 있다. 오른손을 부지런히 놀려가면서, 때로는 변칙적인 주법을 통해서 들려주는 다양한 기타 튕김음은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이다. 기타와 간간히 들려오는 피아노만으로 사운드를 촘촘하고 풍성하게 채운다. 화려한 기교에도 불구하고 부조화나 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일관된 톤으로 흐른다. 다만 연주의 템포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 꽉 짜인 기타사운드로 인해서 청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백이 적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행간을 보다 넓히는 배려가 있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성욱 prefree99@naver.com
http://weiv.co.kr/review_view.html?code=album&num=3000
naver
<네티즌 선정위 추천 앨범> 드린지 오(Dringe Augh)의 [1집 Between The Tygh]
드린지 오의 첫 EP는 심심했다. 비범했으나 분위기가 설익어 제대로 떫은맛이 나지 않아 그 매력이 부족했다. 근데 첫 번째 앨범을 내기까지 시간이 꽤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드린지 오의 음악은 비로소 매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됐다. 사실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그 외의 공간을 최소화하는 작법은 흔히 말하는 '내공'이 필요한 데 지금에 이르러서 그 내공이 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한 곡을 구분할 필요없이 드라마가 거의 없는 음반이지만 그 메마름 사이에서 문득 충실한 울림을 발견한다. 기타의 연주가 순간 스며들고 재미없는 목소리가 중독적으로 스며든다. 적지만 굳이 더할 이유가 없는 음악이다.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10526
2011년 6월 8일 수요일
lyrics in between the tygh
flair
매일 밤은 매일 아침
어쩔 수 없이 잠들지
꿈은 전부 현실
어쩔 수 없이 익숙해지지
소년은 소녀들과
어울리고
벽은 길이되니
언젠가는 발견되겠지
계속 울고, 계속 애원하고,
계속 달리고, 계속 숨고,
계속 노래하고, 계속 춤추고
네가 원하는 거잖아
cutter
항상 뒤에 앉아있지만,
아무것도 네 방식대로는 안될거야
네가 지껄인 거짓말은 결국
네 오해로 끝나겠지
내가 볼 수 없는 뒤에 서있지만,
결국 네 방식대로는 안될거야
네가 내린 명령들도 결국
네가 망친거잖아
네 연줄을 끊어버리겠어
항상 노력할 거야
winding
길이 그늘에 드리워지네요
가지고 있는 걸 숨겨요
사람들은 뭔가 잘 못 된거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요
움질일 때 까지 기다릴게요
숨긴 것들은 모두 버려요
사람들은 정신이 나갔다고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요
summed
요약에 따라 굴러가는거야
네 차례가 온거라구
그 사람이 바로 거짓말쟁이야
아무도 그걸 모르지
풀밭은 가로질러
스프링처럼 팔짝팔짝 뛰어보지
결국 그 사람이 네가 이루어 놓을걸
전부 망쳐버릴 거라구
unfair
그 여잔 항상 너를 인상쓰게 만드네
그래도 네 말이 맞네, 사랑하잖아?
그 여잔 항상 네 심장을 차갑게 만드네
feathery
그녀는 하루종일 자전거를 탑니다
지난날을 잊기 위해서죠
모든 흔적들은 사라집니다
그녀는 원인을 모릅니다
그저 모든걸 눈에 담고 싶을 뿐이죠
왜냐면 다 감추고 싶거든요
fader
페이더가 사라진다
바로 저기서 사라진다
노래하던 사람들도 가버리고
방송에선 노래만 흘러나오네
고요함이 엄습하지만,
억지로 그런건 아냐
거지말쟁이가 가고나니
인생이 끝나버린걸까
흉내내던 놈들도 사라지고
공중으로 분해되버렸네
곡소리는 나지만
후회의 눈물도 흘리지 않네
wile
지금 날아올라요
태양이 뜨고 있네요
내 눈에 들어온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네요
달이 빛을 비추고
그 빛은 핑크빛이 되어요
땅 위로 떠올라
날아가는 그녀를 보게될지도 몰라요
pine
니가 옳았다고 내가 말할 수 있을까
그날 밤은 외롭다고 느낄 수 있을까
기분이 좋니? 나중엔 괜찮을거야
니가 어디서 멈출 수 있을지 말할 수 있을까
우리 둘 중 누가 별이 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있을까
네가 옳다고? 나중엔 한숨만 나올거야
about between the tygh
individually wrapped 이후
다음 앨범 작업에 대해 논의 된 것은 2010년 봄.
individually wrapped의 성과가 좋지 못했고,
반응도 미비했던 지라, 다음 앨범에 대한 제의 자체가 고마웠다.
(이 포스팅을 쓰는 지금 individually wrapped는 여전히 손익분기점 아래다.)
최초의 앨범 컨셉은 청자가 아닌, 나 자신의 위주로 된 선곡이었고,
녹음 자체도 안정적이고 편한 연주가 될 수 있도록 내 방에서 녹음을 하는 것이었다.
2010년 4월 경, electric muse에서 장비를 다 챙겨 내 방에 세팅을 끝냈고,
난 시간이 남으면 그냥 연습삼아 연주하듯 녹음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으나,
그 해 4월 위염과 장염이 한 번에 엄습해 4월 내내 앓았었다.
겨우 가이드 데모 녹음을 끝내고,
북극의 폴라 베어가 잠수하는 임시 아트워크로 6월 비공개 데모가 나왔다.
한 두 곡 정도의 연주곡을 제외하고는 최종과 곡 리스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pumqueen이 빠지고 wile이 들어갔다.)
이미 2~3년 정도 만들어 둔 곡도 충분했고,
electric muse와 앨범 컨셉에 대한 색감과 어레인지먼트만 하면 되었다.
앨범 타이틀도 between the tygh로 정해졌다.
지난 individually wrapped 처럼 타이틀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쥐어 짜지도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5월 말 대전으로 직장이 옮겨진 문제였다.
일단 electric muse에서 대여한 장비는 겨우 대전으로 옮겼지만,
3개월 간 머무는 숙소의 방음이 문제였다.
월드컵 시즌이어서 새벽까지 옆 방에서의 tv 소리와,
여름이어서 주위 모든 곳에서 에어콘 실외기 소음이 마이크에 녹음되었다.
결국 녹음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2010년 9월 다시 서울로 돌아와 세번째 녹음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한 번의 독감, 한 번의 신종플루, 한 번의 위염, 한 번의 췌장염을
매달 한 번씩 돌아가며 10월부터 4개월 간 몸앓이를 했다.
2010년 12월, 녹음이 흐지부지 되자 electric muse 측에 스튜디오 녹음을 제안했다.
강제성이 없이는 도저히 녹음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었다.
이미 2010년 가을 발매는 물 거너간 시점에서 다시 출시일을 잡고, 녹음 일정을 잡았다.
2011년 2월 3일, 1차 녹음이 들어갔다.
일을 하다 손톱이 깨졌다.
이미 2010년 봄에 어려운 자금 사정으로 아끼던 Martin D-1을 처분했다.
남은건 Martin D-15와 아직도 길들여지지 않았던 Martin 5-15가 전부였다.
individually wrapped 때는 D-15와 D-1의 서로다른 늬앙스 때문에
곡들마다 기타 소리에 따라 나름 구분되는 느낌을 줬었지만
이번 between the tygh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녹음은 시원하게 진행되었다.
대부분 곡들이 2~3번의 연주로 ok 사인이 떨어졌다.
flair, cutter, winding, summed, unfair, feathery.
2월 5일 2차 녹음때, 남아있던 fader, wile
그리고 두 연주곡이었던 pyne(과 pine), tygh가 무사히 녹음되었다.
목소리까지 녹음이 끝나자 해방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4월 electric muse는 seoul sonic 미국 투어로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했다.
아트워크에 쓸 사진이 문제였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금번에도 김목인님의 피아노에 신세를 지기로 했지만.
그 마저도 5월 electric muse가 다시 정상 업무를 시작할 때 고려하기로 했고,
우선은 4월 아트워크를 완성하는게 우선이었다.
3월 프리마켓의 이슬님을 소개받고,
3월 말까지 초안이 나와야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급하게 송은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4월 2일 토요일 새벽, 동네 안양천까지 그 먼길을 카메라를 들고 와주었다.
나는 전 날 심하게 토한 탓인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여튼 내가 사는 동네의 안양천의 작은 다리에서 대부분 컷을 담았다.
아트워크에 얼굴을 담기는 더더욱 싫었고,
individually wrapped 처럼 쓸쓸한 혼자의 뒷 모습을 담고 싶었다.
어차피 하고 있는 음악이 다같이 즐길만한 곡들도 아닐 뿐더러,
어쿠스틱 음악이 다 그렇듯 곱씹어야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때문이었다.
4월 초, 그렇게 급하게 아트워크가 다져졌다.
5월 초, 김목인님의 피아노 녹음이 재개되었고,
winding까지 부탁드렸으나, flair와 pine 두 곡에만 피아노 세션이 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 곡만 녹음된 것이 앨범 전체에 더 멋있고 알맞다는 생각이 든다.
앨범이 발매되고, 나는 두번째 앨범이라고 항상 말하고 다니지만,
ep와 full length 앨범은 구분하는지, 난데없이 데뷔앨범으로 소개가 되었다.
2001년 peppermint onanism을 끝내고 dringe augh가 된 이후,
10년 만에 데뷔앨범 between the tygh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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