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1일 화요일

about pine

iTunes의 뮤직스토어에는 음반 단위로 구매할 때만
다운로드가 가능한 곡들이 있다.
그래서 보너스 트랙, 히든 트랙, 뮤지션의 자존심이 담긴 트랙 같은걸
보호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만약 그런 시스템이 있다면 흉내내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된 곡이 pine이었다.

공연할 때 pyne과 pine은 가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인데,
뭐 기분내킬 때는 pine으로, 그냥 입 닥치고 싶을때는 pyne으로 연주된다.

가사야 그닥 큰 부분은 없는데,
슬쩍 nick drake의 두번째 앨범인 bryter layter의 원래 뜻인 "brighter later"를 차용했다.
"are you high? later bright"라는 부분이 그 부분이다.

여튼 일본에서 30분 정도 서울에 있는 녀석과 통화를 했었는데,
그 때 그 통화를 끝낸 후 여운에 관련된 곡이다.

about tygh


이 곡의 진행부분은 youtube의 공연 동영상 중에 daily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사실 daily라는 곡이 2009년에 마중과 배웅에 대한 곡이었는데,
결국 그 해 여름부터 안부르게 되다가 우연히 동영상을 보고
코드를 기억해내고 있었지만, 결국은 실패하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별로 기억하고 싶은 곡이 아니었다가 더 정확할지도.

여튼 2010년 4월 무렵이었나,
daily를 기억해내다가 기억하기가 싫어졌었고,
그 곡의 도입부가 여전히 너무 마음에 들어
연주곡으로 재활용된 곡이었다.

2010년 봄이 희미할 무렵, 강릉의 해안 모래를 다시 밟게 되었는데,
그 때의 기억은 내 머리속에 노란색으로 기억되어 있다.
그리고 바다는 파란색이었다.

tygh는 그 파도소리와, 모래의 촉감과, 바람의 냄새를 남기고 싶어 만든 곡이었다.
일부러 창을 열어놓고 드라이브하는 기분을 만끽하려고 신나게 만들어 보았는데,
아직도 내 귀에만 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실수한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about wile


그래도 2011년에 녹음한 앨범인데, 2011년에 만든 곡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라는 나름의 죄책감에 1월 급하게 만들어간 곡이었다.

nick drake의 명작이라면 주저없이 pink moon을 꼽는데,
그 중에 자살을 암시하는 harvest breed란 곡을 정말 좋아한다.

곡의 코드 리프는 harvest moon과 from the morning을
30번 정도 연결해서 연주하다 보면 코드가 꼬이는 시점이 있는데,
꼬인 코드를 아무생각 없이 연주하면 wile의 코드가 나오게 되는 점에 착안,
가사도 쓰기 귀찮아서 대충 pink moon에 나오는 몇 몇 구절을
노골적으로 알아채기 쉽게 차용하였다.

예를 들어
now you rise
it goes pink on
off the ground
you may see her flying
이런 부분들이다.

결론적으로는 앨범에서 가장 짧지만 가장 좋아하는 곡이 되었다.

about fader


그 사람이 나와 뜻없이 지껄이는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게 라디오는 커다란 믹서에 수없이 놓여있는 레버들이고,
난 그 레버를 스스로의 단어장에 "fader"라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그 사람을 추종하는 무리들 역시 밥 맛 없기는 마찬가지.
인터넷에서 여론몰이도 하고, 몰려 다니며 헛소리를 지껄이는 통에,
2011년 1월 녹음 전에 2번째 가사를 더 붙였다.

곡은 2008년 11월 마지막 당직중에 martin 5-15로 만들었고,
두번째 가사만 2011년에 추가된 것이다.

about unfair


사실 보도자료에는 서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에 나오는
밀드레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뭐 변명 정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내 친우의 형편에 관련된 곡이었다.

그리고 2009년 여름, 나 역시 혼자가 되었을 때,
그 친우와 기실 다를바 없는 형편에 세번째 가사를 덧붙였을 뿐이었다.

지금은 그 친우는 역시나 혼자가 되었는데,
세번째 가사만큼은 그 친우와는 관련이 없어보인다.

about cutter


2008년 12월 퇴직을 앞두고
정말 나를 힘들게 한 몇 가지 이벤트가 있었다.
보안 위반을 자행한 한 녀석과,
규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나.
그리고 그 녀석을 감싸는게 목표가 아닌,
그 사건이 공론화 되었을 때 자신들의 안위가 위태로워 지는 걸 막기위해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 수많은 무리들.
그 중에 가장 나를 힘들고 배신감에 몸서리 치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나의 상급자였던 "과장"이었다.

언제고 너의 진급줄을 끊어 버리겠다는 일념.
그 증오가 담겨있었고, 2008년 12월 퇴직 후 그렇게 칼을 갈며 만든 곡이
바로 cutter다.

녹음된 cutter 버전 중에 가장 좋아하는 버전은
2008년 12월 북카페 jeffery에서 공연된 라이브 버전의 기타소리다.

about feathery


아마 bert jansch의 black waterside의 연주를 보고 만들었지 않나 싶다.
tv 출연이었나 본데, bert jansch의 연주는 최고였었다.

feathery는 만화 peanuts에서 woodstock과 snoopy의 관계를 묘사할 때
썼던 단어였었는데, 뭐랄까 기생도 아니고, 공생도 아닌 평화로운 관계랄까...
그러나 정작 가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기억이 맞다면 2010년 봄에 만든 곡이고,
이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는 내내
우리 동네 "구일역"을 "고척교"에서 내려다보는 상상을 했었다.

about summed


지금까지도 공연때 하는 대부분의 곡들은 2008년에 만들어졌었고,
요즘은 1년에 2~3곡 정도 쓸까말까 한 게으름쟁이가 되어버렸는데,
summed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전산으로 보고서 결재를 올리면 반드시 요약전을 예술의 경지로 써야했다.
보통 규정집이나 규정집 개정의 경우 10장 이상의 첨부물이 붙기 마련인데,
바쁘신 최종결재자가 과연 그것을 읽을 수 있을까?
그래서 배려한 차원의 전자결재 시스템에서 요약전이라는게 있었다.

한 번은 최종에서 반려를 당하고, 첨부파일 하나도 고치지 않고,
요약전만 바꿔 결재를 올렸더니, 3시간 만에 "Good"이라는 결재자 의견과 함께
"딩동, 결재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있었다.

about winding


어렸을 때 할머니와 나눴던 일화.

나의 할머니는 허리가 구부러진 꼬부랑 할머니가 지금도 아니다.
아마 아웅산 사건이 터졌을 무렵이었던가,
할머니와 물금의 한적한 지인의 집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울을 따라 좁은 길을 할머니 손을 잡고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허리를 잔뜩 구부린 꼬부랑 할머니가 뒷짐을 지고 걸어오고 있었다.
"おばあちゃんそのおばあちゃんなぜあいさつするの?"
할머니는 맞은편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을 피했다.

나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 풍경을 곰곰히 생각했었다.
꼬부랑 할머니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봇짐을 등에 업고 계셨다.
그게 사람일수도, 귀신일수도, 혹은 며칠 전에 죽은 손자의 영혼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쨌든 할머니가 허리를 피지 못할 정도의 무게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봇짐을 버리면 나처럼 허리를 곧게 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문득 이 곡을 만든 그날 밤 25년 전 그 길과, 그 새소리와, 그 할머니를 떠올렸다.

about flair


2008년 9월 4일 두번째 홈레코딩 데모의 첫 곡.
녹음 몇 달 전에 tutelar와 같이 만든 곡이었다.
도입부도 tutelar와 비슷했고,
내 기억이 맞다면 tutelar의 간주를 만들다가
그냥 곡이 되어버린 케이스였던 것 같다.

지금의 가사와 조금 차이가 있는데,
처음에는 "i cannot help sleeping" "i cannot help drilling"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있던 여름.
꿈에서 깨지 못해 낮에 자야 했던 시간.
그래서 밤이 낮이되어야 했고, 그래서 더우기 훈련이 필요했었고,
남자와 여자조차도 구분하지 못했던, 벽이 길처럼 보이는 환각.

2011년 5월 12일 목요일

about pyne


2009년 9월.
해외공연을 하고 싶다는 갈망에
박다함씨의 주선으로 치후미씨를 알게되었고,
때마침 nami to kami 공연에 섭외가 되고,
왕복 비행기표만 예매한체,
기타 하나, 배낭하나를 매고 무작정 일본으로 향했다.

그 해 마츠모토에서 맞은 가을의 하늘과 구름은 잊을 수 없다.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나를 맞아주는 사람도 없고,
작고 아담한 시골과 도시가 버무려진 그 마을을,
3일 내내 틈만나면 만화 지도를 한 손에 쥐고 걸었다.

마츠모토의 마지막 날.
치후미에게 pyne의 도입부를 들려주었다.
"마츠모토를 기억하기 위해 곡을 하나 만들었어요."

pyne은 가사가 없는 버전과, 가사가 있는 버전인 pine이 있다.
마츠모토의 한자인 松本의 뜻은 "소나무가 으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