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vidually wrapped 이후
다음 앨범 작업에 대해 논의 된 것은 2010년 봄.
individually wrapped의 성과가 좋지 못했고,
반응도 미비했던 지라, 다음 앨범에 대한 제의 자체가 고마웠다.
(이 포스팅을 쓰는 지금 individually wrapped는 여전히 손익분기점 아래다.)
최초의 앨범 컨셉은 청자가 아닌, 나 자신의 위주로 된 선곡이었고,
녹음 자체도 안정적이고 편한 연주가 될 수 있도록 내 방에서 녹음을 하는 것이었다.
2010년 4월 경, electric muse에서 장비를 다 챙겨 내 방에 세팅을 끝냈고,
난 시간이 남으면 그냥 연습삼아 연주하듯 녹음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으나,
그 해 4월 위염과 장염이 한 번에 엄습해 4월 내내 앓았었다.
겨우 가이드 데모 녹음을 끝내고,
북극의 폴라 베어가 잠수하는 임시 아트워크로 6월 비공개 데모가 나왔다.
한 두 곡 정도의 연주곡을 제외하고는 최종과 곡 리스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pumqueen이 빠지고 wile이 들어갔다.)
이미 2~3년 정도 만들어 둔 곡도 충분했고,
electric muse와 앨범 컨셉에 대한 색감과 어레인지먼트만 하면 되었다.
앨범 타이틀도 between the tygh로 정해졌다.
지난 individually wrapped 처럼 타이틀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쥐어 짜지도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5월 말 대전으로 직장이 옮겨진 문제였다.
일단 electric muse에서 대여한 장비는 겨우 대전으로 옮겼지만,
3개월 간 머무는 숙소의 방음이 문제였다.
월드컵 시즌이어서 새벽까지 옆 방에서의 tv 소리와,
여름이어서 주위 모든 곳에서 에어콘 실외기 소음이 마이크에 녹음되었다.
결국 녹음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2010년 9월 다시 서울로 돌아와 세번째 녹음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한 번의 독감, 한 번의 신종플루, 한 번의 위염, 한 번의 췌장염을
매달 한 번씩 돌아가며 10월부터 4개월 간 몸앓이를 했다.
2010년 12월, 녹음이 흐지부지 되자 electric muse 측에 스튜디오 녹음을 제안했다.
강제성이 없이는 도저히 녹음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었다.
이미 2010년 가을 발매는 물 거너간 시점에서 다시 출시일을 잡고, 녹음 일정을 잡았다.
2011년 2월 3일, 1차 녹음이 들어갔다.
일을 하다 손톱이 깨졌다.
이미 2010년 봄에 어려운 자금 사정으로 아끼던 Martin D-1을 처분했다.
남은건 Martin D-15와 아직도 길들여지지 않았던 Martin 5-15가 전부였다.
individually wrapped 때는 D-15와 D-1의 서로다른 늬앙스 때문에
곡들마다 기타 소리에 따라 나름 구분되는 느낌을 줬었지만
이번 between the tygh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녹음은 시원하게 진행되었다.
대부분 곡들이 2~3번의 연주로 ok 사인이 떨어졌다.
flair, cutter, winding, summed, unfair, feathery.
2월 5일 2차 녹음때, 남아있던 fader, wile
그리고 두 연주곡이었던 pyne(과 pine), tygh가 무사히 녹음되었다.
목소리까지 녹음이 끝나자 해방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4월 electric muse는 seoul sonic 미국 투어로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했다.
아트워크에 쓸 사진이 문제였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금번에도 김목인님의 피아노에 신세를 지기로 했지만.
그 마저도 5월 electric muse가 다시 정상 업무를 시작할 때 고려하기로 했고,
우선은 4월 아트워크를 완성하는게 우선이었다.
3월 프리마켓의 이슬님을 소개받고,
3월 말까지 초안이 나와야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급하게 송은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4월 2일 토요일 새벽, 동네 안양천까지 그 먼길을 카메라를 들고 와주었다.
나는 전 날 심하게 토한 탓인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여튼 내가 사는 동네의 안양천의 작은 다리에서 대부분 컷을 담았다.
아트워크에 얼굴을 담기는 더더욱 싫었고,
individually wrapped 처럼 쓸쓸한 혼자의 뒷 모습을 담고 싶었다.
어차피 하고 있는 음악이 다같이 즐길만한 곡들도 아닐 뿐더러,
어쿠스틱 음악이 다 그렇듯 곱씹어야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때문이었다.
4월 초, 그렇게 급하게 아트워크가 다져졌다.
5월 초, 김목인님의 피아노 녹음이 재개되었고,
winding까지 부탁드렸으나, flair와 pine 두 곡에만 피아노 세션이 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 곡만 녹음된 것이 앨범 전체에 더 멋있고 알맞다는 생각이 든다.
앨범이 발매되고, 나는 두번째 앨범이라고 항상 말하고 다니지만,
ep와 full length 앨범은 구분하는지, 난데없이 데뷔앨범으로 소개가 되었다.
2001년 peppermint onanism을 끝내고 dringe augh가 된 이후,
10년 만에 데뷔앨범 between the tygh가 나왔다.